
한국문학전집 18
제목 : 상록수 (P.476)
1935년 8월 동아일보 창간 15돌 기념 현상공모에 상록수 당선
글 : 심훈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작품해설 : 박헌호
심훈은 실존 인물인 ’최용신‘을 모델로 하여, 당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지식인으로 성장해가는 신여성의 모습을 채영신을 통해 그려냈다. 그러나 이 설정은 단순히 신여성의 이상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영신의 서사는 여성 계몽운동가가 마주한 사회적 제약과 한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당시 계몽운동 자체의 구조적 한계까지도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농민을 위한 계몽운동은 지식인 개인의 열정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삶의 현장에 있는 농민들이 주체가 되어야만 비로소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영신이 청석골에서 보여준 순수하고 고결한 희생정신은 분명 높이 평가받아야 하겠지만, 동혁이 한곡리에서 강조한 현실 기반의 경제운동이 지닌 실효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건강한 계몽운동은 동혁의 말처럼, ‘표면적인 문화운동을 넘어 실질적인 경제운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은, 계몽운동을 따르다 끝내 생계 앞에서 무너지는 인물 ‘건배’의 사례를 통해 더욱 분명해진다. 가난한 현실 속에서 자식이 굶는 상황을 견디지 못해 변절하거나 운동을 포기하는 농민들처럼, 주체가 되는 이들의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한, 아무리 고결한 이상도 허무하게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의식을 ‘상록수’는 깊이 있게 담아낸다. 단순히 문맹 퇴치를 넘어, 농민들이 진정한 자주성을 획득하기 위해선 구조적인 현실을 함께 극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시선이 작품 전반에 스며 있다.
또한 이 소설은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영신은 이상을 위해 사랑을 포기하고, 동혁은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영신의 삶을 지켜주지 못한다. 사랑 역시 하나의 이상이기에, 결국 현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좌절되고 만다.
그럼에도 ‘상록수’가 전하는 이상은 퇴색되지 않는다.
현실에 의해 꺾인다 해도, 이상은 언제나 손에 잡히지 않지만 고고하게 제 자리를 지키는 ‘상록수’처럼 존재하기 때문이다.
P.298
“결국은 한 그릇의 밥이 인간의 정신을 지배한다.
더군다나 농민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고 옛날부터 들어 내려오지 않았는가.”
299.
표면적인 문화 운동에서 실질적인 경제 운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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