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로 점철된 역사와
모성의 인류애 발현
분노의 포도는 1939년 존 스타인벡이 발표한 소설로, 1929년 미국 대공황과 1930년대 더스트 볼(Dust Bowl)이라는 환경 재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이 시대의 더스트 볼은 대규모 경작을 위해 초원을 없애고 토양을 건조하게 만드는 농업기법을 사용하면서 토양 구조가 파괴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고 한다. 여기에 오랜 가뭄과 모래폭풍이 결합되면서 미국 중서부의 곡창지대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되었다. 이로 인해 농업 경제는 파탄에 이르게 되고 많은 농부들이 은행에 저당 잡힌 땅을 잃고 생계를 위해 캘리포니아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야 했다.
분노의 포도는 살인죄로 맥알레스터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톰 조드가 가석방 된 후, 오클라호마에 살던 그의 가족과 과거 목사였던 짐 케이시와 함께 일자리를 찾아 떠도는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작가는 이들의 여정을 통해 자본주의가 소수에게 부를 집중시키고 대다수의 구성원을 빈곤과 사회적 불평등으로 몰아넣는 구조적 문제를 심도 있게 조명한다.산업 자본주의와 금융 자본주의의 발전은 생산 과잉을 초래하며, 대공황과 같은 경제적 위기 속에서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냈다. 특히, 이 시기의 금융 자본의 불안정성과 산업 구조의 취약성은 다수의 생존권을 위협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분노를 촉발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주인공 톰 조드는 캘리포니아에 도착해 빈민촌 후버빌에 머물며 일자리를 찾아 헤매지만, 이미 생산수단과 자본을 소유하지 못한 노동자들의 노동력은 과잉 상태에 있었다. 턱없이 낮아진 임금과 반대로 오르는 물가는 최소한의 생존권마저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단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진행 중인 경고로 읽힌다.
트랙터는 AI 로봇으로 대체되고, 산업화와 기술 발전에 밀려난 농부들의 모습은 결국 AI에 밀려나는 우리의 미래를 비추기 때문이다. 1939년의 소설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읽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여러모로 무서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P.147 (1권)
어머니가 고통과 두려움을 인정하면 톰 영감과 자식들도 고통과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에 어머니는 그런 감정을 부정하는 법을 연습해 왔다.
P.228 (1권)
운전사가 몇 주, 또는 몇 달씩 헛간에 와보지 않아도 상관없다. 트랙터는 죽어 있으므로 너무 쉽고 효율적이다. 일에서 느끼는 경이가 사라져 버릴 만큼 쉽고, 땅을 경작하면서 느끼는 경이가 사라져 버릴 만큼 효율적이다. 경이가 사라지면 땅과 일에 대한 깊은 이해와 다정함도 사라진다. 트랙터를 모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땅을 알지 못하고 땅에 애정도 없는 이방인만이 느낄 수 있는 경멸이 자라난다.
P.294 (1권)
몸과 마음은 성장하고 일하고 창조하고 싶어 안달하고, 그 열망이 수백만 배로 늘어났다. 사람이 갖고 있는 최후의 분명한 기능, 일하고 싶어 안달하는 몸과 단 한 사람의 욕구 충족 이상의 목적을 위해 창조하고 싶어 하는 마음, 이것이 바로 인간이다.
P.298 (1권)
소유라는 것이 원래 사람을 ‘나’ 속에 고착시켜 ‘우리’로부터 영원히 단절시키기 때문이다.
P. 255 (1권)
사람들의 눈 속에 패배감이 있다. 굶주린 사람들의 눈 속에 점점 커져가는 분노가 있다. 분노의 포도가 사람들의 영혼을 가득 채우며 점점 익어간다.
생존을 위해 캘리포니아로 떠나온 이주민들은 현지 사람들에게 조차 오키(OKI)라 불리며 멸시를 당한다. 삶을 위해 투쟁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노동자들의 불만은 포도알이 영글어 가듯 서서히 그들의 마음 안에 분노로 차 오른다. 작가는 이들이 분노가 사회의 분열과 연대를 촉발해 가는 과정을 주목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케이시는 노동자의 단결을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에 앞장서는 사람들은 결국 죽음도 불사하게 된다. 톰 역시 케이시처럼 자신의 삶을 투쟁 속으로 이끌며 새로운 삶을 방향을 모색하게 된다.
P.22 (2권)
재물이 소수의 손에 집중되면 반드시 누군가가 그 재물을 빼앗아간다는 것. 그리고 이와 더불어 대다수의 사람들이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다 보면 자기들에게 필요한 것을 빼앗기 위해 무력을 동원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역사를 통틀어 작은 소리도 비명을 질러 대고 있는 또 다른 사실 하나. 억압은 억압받는 자들을 강하게 만들고 단결시킬 뿐이라는 것.
P.295 (2권)
이론이 변화할 때나 붕괴할 때, 국민적 종교적 경제적 사고의 좁은 뒷골목과 학파와 사상이 성장할 때와 허물어질 때, 인간은 손을 뻗어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고통스럽게. 때로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그래봤자 반 발짝 물러설 뿐이다. 결코 한 발짝 온전히 물러서는 법이 없다.
작가는 분노의 포도를 통해 남성의 힘이 지닌 투쟁성과는 다른 차원에서 여성이 지닌 모성의 힘에 주목한다. 이는 톰의 어머니를 통해서 볼 수 있다. 아버지와는 다른 그녀의 유연한 힘은 열악한 환경에 적응해 가며 가족이 위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도록 중요한 지지자의 역할을 한다.
또한, 어린 여성에서 출산을 경험한 후 모성을 지닌 여성으로 변모한 딸 로쟌리는 그 변화를 더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녀가 지닌 모성의 힘은 가족과 개인의 좁은 울타리의 희생을 넘어서, 공동체 전체의 생존과 연결된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분노의 포도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대공황이라는 불우했던 미국 역사의 한 단면을 통해, 사회가 소수의 생존이 아닌 다수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남성의 투쟁성보다 모성처럼 생명을 살리는 방향으로 인류애를 실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금까지 읽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들의 작품을 돌아보면, 비극 속에서도 인류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희망, 연대, 공존을 이야기하는 소설들이 마음 깊이 남는 이유는 우리가 비록 불완전한 존재일지라도, 인간다움을 지키고자 하는 가능성이 우리 안에 여전히 존재함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저자소개
존 스타인벡
- 캘리포니아 주 살리나스 (1902년 2월 27일 - 1968년 12월 20일 66세)
- 직업 : 기자,소설가
- 수상 : 1962년 노벨문학상, 1940년 퓰리처상
미국의 소설가로 20세기에 태아난 사람 중에 최초로 미국 국적으로 노벨문학상 수상
- 붉은 망아지 (The Red Pony) (1933)
- 토르티야 연립주택 (Tortilla Flat) (1935)
- 의심스러운 싸움 (In Dubious Battle) (1936)
- 생쥐와 인간 (Of Mice and Men) (1937) [2]
- 분노의 포도 (The Grapes of Wrath) (1939)
- 달이 지다 (The Moon is down) (1942)
- 통조림공장 골목 (Cannery Row) (1946)
- 진주 (The Pearl) (1947)
- 에덴의 동쪽 (East of Eden) (1952)
- 저자
- John Steinbeck
- 출판
- 올리버북스
- 출판일
- 2022.07.22
- 저자
- 존 스타인벡
- 출판
- 비채
- 출판일
- 2013.10.21
- 저자
- 존 스타인벡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08.06.30
- 저자
- 존 스타인벡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08.06.30
- 저자
- 존 스타인벡
- 출판
- 문학동네
- 출판일
- 2013.05.06
- 저자
- 존 스타인벡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08.03.24
- 저자
- 존 스타인벡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08.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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