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
질문은 내가 캄캄한 어둠 속에서
팔을 뻗어
주변을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타인의 삶을 지켜보다 보면, 나는 가끔 미지근했던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삶은 누구에게나 미지의 세계고 그곳에 발을 내딛을 땐, 홀로 적막한 어둠을 먼저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우리는 무엇으로 이겨낼 수 있을까?
과학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우주의 관점에서 인간의 존재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부여하는 의미들은 한 없이 축소된다. 아니, 사라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광활한 우주가 주는 무의미 덕분에 인간은 삶의 애착에서 자유로워지고, 죽음까지도 넘어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문제는 그다음, 그 너머에 있다.
나는 그 너머의 질문이 항상 필요했다.
무엇을 질문해야 좀 더 내가 원하는 삶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걸까?
무의미가 가득한 세계에서 나는 어떻게 하면 한 번 더 발을 내딛을 수 있을까, 나에게는 나침반이 되어줄 질문이 절실히 필요했다.
나는 '젊은 여성과학자의 초상'을 통해, 그 너머로 가기 위해 내가 던져야 할 질문을 찾을 수 있길 희망했다.
1983년 저자가 MIT에 입학할 무렵, 학부에 여성은 단지 20%에 불과했다. 그녀가 과학분야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아야 했던 편견과 시련은 아마 그녀가 2023년 10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 '16 프시케'로 무인 탐사선을 쏘아 올리기 전까지 계속되었을 것이다.
그녀는 브라운대학교에서 마그마 바다에 관한 컴퓨터 모델을 연구했고, MIT로 돌아가기 몇 년 전부터 약 10년 동안 동료들과 함께 암석 행성들의 초기 구성과 구조를 예측하고 그것을 망원경이나 운석, 우주 탐사 임무에서 실제 관측한 결과와 일치시키는데 큰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그녀는 이런 진전 속에서도 남성들이 지배하고 있는 연구현장 분위기에 압도되어 자신이 '여성'이기에 갖는 편견에 고스란히 노출돼야 했으며, 그로 인해 침울한 감정을 느껴야 했고 스스로의 정체성에 의구심을 품어야 했다.
그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받아야 했던 편견은 그녀의 능력과는 상관이 없었다. 그건 심히 부당한 일이었다.
그러나 세상의 편견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과학의 힘을 믿는 그녀를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그녀는 힘든 상황 에서도 MIT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브라운대학교와 MIT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언제나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 몰두했고, 삶을 향해 용감하게 전진했다.
결국 그녀는 많은 남성 과학자들 틈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다져갔으며, 과학자로 경력을 쌓으며 진정한 리더로 성장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이 리더로 팀을 이끌면서 정한 원칙을 그대로 책에 정리해 놓았다. 그녀의 원칙은 팀 운영을 위해 고심하는 독자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녀의 원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모든 것을 실험으로 생각하라’는 말이다.
불안이 인간을 더욱 실수하게 만들기 때문에, 실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수정해 나가는 방식으로 개선점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원칙은 그녀의 팀원들에게 원동력을 제공해 주고 성취를 이룰 수 있는 발판이 된다.
2017년 1월, 그녀는 나사에 제안한 프로젝트를 위해 약 150명의 연구원과 함께 5년 반동안 연구했던 프로젝트 선정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1,2단계를 거친 제안서 제출과정, 그 과정에서 나사에서 보낸 질문과 답변서는 2,000쪽이나 됐다고 하니 그녀의 열정과 노력이 실로 실감이 됐다.
그녀는 나사에서 프시케 프로젝트를 왜 진행해야 하는지를 설득해야 했고, 쟁쟁한 경쟁자들 틈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그녀의 리더십과 연구자로서의 능력, 여성으로 받았던 무수한 편견을 깨는 순간이 바로 이 프시케 프로젝트의 성공이었다.
2023년 10월, 드디어 미국 항공우주국은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있는 소행성 16 프시케로 무인탐사선을 쏘아 올렸고, 그녀는 인류에게도 큰 선물을 해준 여성과학자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우주를 바라보며 삶의 질문을 찾아내고, 답을 향해 나아가는 린디 엘킨스탠턴.
우리는 그녀 덕분에 금속인 철과 니켈로 구성되어 있는 소행성 프시케를 탐사하며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녀를 보며 다음의 너머를 바라본다는 것, 그다음 질문을 찾는 것은 결국 질문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질문에 대한 행동, '왜'를 이어가는 '어떻게'를 통해, 그녀처럼 세상의 편견과 차별을 넘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젊은 여성과학자의 초상’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지은이
린디 엘킨스탠턴
미국 행성과학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 '프시케 프로젝트'의 수석 연구원이자 애리조나주립대학교 교수.
비판적 사고와 협력적 문제 해결을 훈련하고 평가하는 교육회사 비글러닝(Beagle Learning)의 공동 설립자.
P.47
MIT에서 질문은 세상을 바라보는 돋보기가 아니라 누군가를 찌르는 검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건 돋보기가 되어줄 질문이었다.
P.57
팀의 습성을 바꾸고 사람들을 조직하는 문제에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진리나 물리적 법칙은 없다. 무엇을 찾아내든 그것이 옳다고 주변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다면 변화는 실제로 일어난다. 이것은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람들이 팀을 이루어 일하는 방식이다.
P.121
태양계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초창기에 달과 지구를 비롯한 다른 모든 암석 행성은 거대한 암석과 금속 천체가 충돌하면서 생겨난 에너지에 의해 녹았다. 이렇게 어떤 행성이 암석이 녹아 백열성의 구체 상태일 때 이것을 마그마 바다 단계에 있다고 한다. 마그마 바다는 행성 겉면이 녹아내린 결과물로 지구에서는 아마도 암석으로 된 맨틀 층이 전부 녹아 그 아래에 녹은 금속으로 이루어진 핵이 자리했을 것이다.
P.131
지식의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만큼 복잡하고 방대하며 다차원적이지만, 우리가 열심히 탐색하기 전까지는 눈에 잘 띄지 않고 사실상 거의 보이지 않는다.
P.141
본래는 그 소행성이 행성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때는 뜨겁고 젊었던 미행성, 즉 아주 작은 초기 천체였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답은 이렇다. 지질학과 방대한 지질학적 시간, 행성의 성장 과정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취약성과 실패를 덜 위험한 것처럼, 그리고 결국 덜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p.154
과학자들에게는 각자 자기만의 전문 분야가 있다. 각자는 자기 분야에서 과학계의 어느 누구보다 가장 전문가이지만, 과학이라는 방대한 지식의 세계에서 이들의 전문 분야는 어떤 주제의 작은 조각이다.
P.174
할로겐화탄소는 오늘날 에어컨을 계속 가동할 때 나오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성분인 클로로플루오보카본을 포함하는 화학물질의 한 종류이다. 오존층이 파괴되어 사라지면 모든 생명체가 자외선을 쐬게 되며, 이산화탄소가 일으키는 온실효과로 지표면의 열을 붙잡힌 지구의 기온이 치솟았을 것이다.
P.185
나는 여자답지도 않고 그렇다고 남자도 아니다. 이 세상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
♥ 흐름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은 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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