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모르는 나에게
질문하는 미술관
내 마음을 모르는 나에게 질문하는 미술관 (P.292)
저자 : 백예지
출판사 : 앤의 서재
발행일 : 2024.05.03
저자소개
저자 백예지는 어릴 적 아버지 덕분에 명화를 접하고 나서 그림과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녀는 마음이 힘든 날엔 폐관 직전의 미술관에 가서 화가의 그림을 보며 자신의 마음을 위로 받았고, '나에게 질문하는 미술관'은 그림이 들려주는 질문과 그녀가 자신 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 그녀는 현재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며 그림으로 삶의 고민들을 돌보기 위한 명화 글쓰기 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는 '보늬밤'이라는 필명으로 그림에세이 <쉽고 맛있는 명화 브런치>를 연재한 경험이 있다.
독서평
글도 그림과 마찬가지로 쓰는 사람에 따라 저마다 자신 만의 고유한 향기를 품는다. 얼마 전 읽은 알베르트 카뮈의 '결혼, 여름'에서는 20대 초반 카뮈의 찬란했던 생명력의 향기가 느껴졌다면, 이번 저자의 책은 그보다 차분하면서도 은은하고 고요한 밤의 향기가 살포시 느껴진다. 마음의 안정과 휴식을 가져다주는 밤의 향기. 저자가 자신의 깊고 솔직한 내면을 담담하게 고백하는 것을 방에 홀로 앉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마음 한켠에 난방이 켜진 것처럼 사르르 따스함이 번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금 그대로의 당신도 괜찮다고, 나는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저자에게 이처럼 위로를 받고 있었다.
'내 마음을 모르는 나에게 질문하는 미술관'에는 이번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전시된 스웨덴 국민화가 칼 라르손부터 우리가 많이 아는 모네, 고흐, 샤갈, 마티스, 몬드리안, 뭉크 등 25명의 화가가 등장한다. 책에는 화가들의 삶과 어우러진 작품소개와 함께 내 마음에 질문하는 총 25개의 질문이 담겨있다.
그중에서도 몇 가지를 보자면, 가장 내 마음을 사로잡은 첫 번째 질문은 '당신도 외향인인척 하는 내향인입니까? - 카를 슈피츠베크' 편이었다.
P.32
이 사회는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한 인간관계를 강조하며 개인이 온전한 개인으로 존재할 권리를 자주 박탈하니까. 그럴 때 마주한 슈피츠베크의 그림은 구태여 사람과 어울리지 않아도 괜찮고 골방에 틀어박혀 고요히 숨을 골라도 상관없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다.
지금까지 사회는 외향적인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높고, 내향인을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부정적인 시선들이 많았다.
그러나 저자는 카를 슈피츠베크의 그림을 통해 이런 내향인에게 힘을 실어준다. 인간관계에 연연하기보다 때로는 온전한 개인으로 돌아가 혼자 쉬어도 된다고 말이다. 저자가 이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그림을 해석해 주고,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덧붙여 말해주었기 때문에 내향인 독자인 나는 격하게 이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당신도 외향인인척 하는 내향인입니까?
이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담고 있는 저자를 보며 또, '내밀함을 포기하지 않을 용기'를 말하는 저자에게 나는 큰 동질감을 느꼈다. 사람은 누구나 힘들 때가 있고,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것부터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에는 훈훈한 온기가 핑 돈다.
책에는 그의 작품인 <책벌레>, <가난한 시인>, <우산 아래 누워있는 화가> 중 특히 마음에 드는 작품은 우산 아래 홀로 누워 쉬고 있는 화가가 그려진 작품이다. 숲 속에서 혼자 여유롭게 누워있는 모습은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 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카를 슈피츠베크의 작품은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몰랐지만, 이제는 작품을 찾아보고 유심히 눈여겨볼 것 같다.
반짝이지 않는 내 모습도 사랑할 수 있을까? - 에드바르 뭉크
뭉크는 절규로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화가다. 저자는 그의 어린 시절부터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정신병까지 앓아야 했던 뭉크의 생애를 돌아본다. 그리고 그가 이룩한 <생의 프리즈마> 연작, <불안>, <절망>, <질투>, <우울>과 같은 작품의 세계를 되짚어 준다. 뭉크의 삶이 눈부신 찬란함과 거리가 먼 캄캄한 흑야에 가까웠다 할지라도, 그가 내면의 부정적인 감정을 직시하고 묵묵히 자신의 작품세계로 걸어 들어가 인정받은 것처럼, 우리 삶도 크게 특별할 것이 없을지라도 저자는 자신에게 실망하지 말라 말한다. 외려 그것을 인정할 때 그 속에 자리잡은 또 다른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평범함을 스스로 시인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작은 해방감과 함께 찾아오는 자신만의 고유한 특별함 말이다.
다정함은 정말 승리할까? - 키리악 코스탄디
카를 슈피츠베크와 함께 저자의 책을 통해 처음 접하는 우크라이나 화가의 작품 <거위>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저자의 말처럼 화가가 가진 '세상을 향한 포근한 시선'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저자는 이 그림을 보며 우리가 당당하고 친절한 삶을 살기 위해선 따뜻한 신념이 필요하다 말한다. 결국 다정한 것이 살아남고 승리한다는 믿음 말이다.
안전한 착지를 위한 삶의 비행법을 아시나요? - 앙리 마티스
나는 2023년 6월 앙리 마티스의 전시회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이때 만약 이 책이 출판되어 한번 읽고 갔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녀의 책을 읽고 갔다면 마티스의 <이카로스>를 보며 신나게 춤을 추는 작품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리라. 그때 저자의 질문처럼 '추락'에 대한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 보았더라면 어땠을까?
P. 273
명심하거라. 너무 높게도, 낮게도 날아서는 안 된다. 너무 높으면 태양열에 밀랍이 녹아버리고 너무 낮게 날면 바다의 수분 때문에 무거워서 떨어지고 말 거야."
마티스는 병으로 인해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이후, 자신의 방법으로 '컷-아웃' 기법을 고안해 내 추락의 위기에서 자신만의 착지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우리는 이카로스처럼 지속적인 상승을 꿈꾸지만, 어쩌면 지금은 그보다 자신만의 안전한 착지를 찾아가야 하는 단계에 와있는지도 모른다.
'내 마음을 모르는 나에게 질문하는 미술관'은 전시회를 가끔씩 찾아가는 나에게 새로운 생각 하나를 심어줬다. 바로 질문을 던지는 것!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마음의 휴식과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뜻 깊지만, 그보다 좀 더 나아가 나를 알 수 있는 질문을 찾는 능동적 행위를 통해 자신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면 그 시간도 내게는 무척 소중하게 기억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저자가 작품에서 느낀 감정들은 비단 저자만의 고유한 고민과 감정만 담겨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과 외로움, 고독 등은 저마다 색은 달라도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저자의 책이 내게도 큰 공감과 위안을 주고 동질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저자에게 어찌 동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냐는 뜻이다.
책에서 받는 위로는 사람에게서 받는 위로와는 또 다른 조용하고 안온한 밤의 위로다.
저녁 혼자만의 시간에 찾아오는 조용한 위로는 어느덧 내 마음 깊숙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내일의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한다.
현재의 나를 그대로 인정하는 마음, 그 마음이 첫 시작이라는 새로운 희망이 움트는 감정 말이다.
저자를 따라 아름다운 명화와 함께 내밀한 25가지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 동참하다 보면 나처럼 어느덧 자신이 뜻하지 않게 위로받았다는 사실을 누구나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책 속 화가
- 칼 라르손 (스웨덴 대표 국민화가 / 1853 ~1919)
- 카를 슈피츠베크 (독일 비더마이어 양식 대표 화가 / 1808 ~ 1885)
- 하랄드 솔베르그 (노르웨이 / 1869 ~ 1935)
-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영국 / 1849 ~ 1917)
- 빈센트 반 고흐 (네덜란드 / 1853 ~ 1890)
- 에드바르 몽크 (에드바르 뭉크 / 1863 ~ 1944)
- 펠릭스 발로통 (스위스와 프랑스 / 1865 ~ 1925)
-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네덜란드 / 1632 ~ 1675)
- 피에트 몬드리안 (네덜란드 / 1872 ~ 1944)
- 장 시메옹 샤르댕 ( 프랑스 / 1699 ~ 1779)
- 폴 세잔 (프랑스 / 1839 ~ 1906)
- 구스타프 클림트 (오스트리아 / 1862 ~ 1918)
- 미켈란젤로 (이탈리아 / 1475 ~ 1564)
- 클로드 모네 (프랑스 인상주의의 창시자 / 1840 ~ 1926)
- 라몬 카사스 (스페인의 초상화가 / 1866 ~ 1932)
- 피에르 보나르 (프랑스 화가 / 나비파의 일원 1867 ~ 1947)
- 렘브란트 반 레인 (네덜란드 / 1606 ~ 1669)
- 브리튼 리비에르 (영국 / 1840 ~ 1920)
- 귀스타프 카유보트 ( 프랑스 / 1848 ~ 1894)
- 키리악 코스탄디 (우크라이나 / 1852 ~ 1921)
- 마르크 샤갈 (러시아 출신 프랑스 화가 / 1887 ~ 1985)
- 르네 마그리트 (벨기에 초현실주의 / 1898 ~ 1967)
- 존 커스터블 (영국 / 1776 ~ 1837)
- 앙리 마티스 (프랑스 / 1869 ~ 1954)
- 앙리 루소 (프랑스 / 1844 ~ 1910)
※ 도서는 앤의 서재 출판사를 통해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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