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머싯 몸
영국 소설가 / 극작가
1874년 프랑스 파리 태생 -1965년
작품
인간의 굴레에서, 달과 6펜스, 케이크와 맥주, 면도날, 작가 수첩 등
줄거리 (1930년 발표) - 민음사에서 발췌
어센든은 유명한 작가 에드워드 드리필드의 전기를 쓰게 된 동료 작가 엘로이로부터 그에 관한 정보를 알려달라는 청을 받는다. 무명 시절부터 드리필드와 친분이 있었던 어센든은 젊은 시절 패기와 열정이 넘치던 드리필드와 그녀의 첫 번째 부인 로지를 회상한다. 드리필드는 로지가 곁을 떠난 후, 후견인을 자처하는 트래퍼트 부인이 자신의 지적 허영을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그를 구속하면서 서서히 그 만의 개성을 잃어간다. 이 작품에서는 한 작가의 생애를 통해 인간을 구속하는 외적 요인, 사회적 굴레에 초점을 맞춘다. 작품의 제목인 '케이크와 맥주'는 물질적 쾌락, 혹은 삶의 유희를 뜻하는 관용구로 셰익스피어의 희곡 [십이야]에 처음 등장한다. 몸은 이 작품을 통해 삶의 유희와 쾌락을 좇는 삶이 얼마나 덧없는지를, 현명한 작가는 마땅히 성공을 경계해야 함을 일깨운다.
작품 표지 그림 작가 - 레이첼 캠벨
https://www.cravenallengallery.com/artists/rachel-campbell/
RACHEL CAMPBELL
RACHEL CAMPBELL TELL ALL THE TRUTH BUT TELL IT SLANT July 9th through August 27th STATEMENT Creativity was my escape during childhood and continues to be my joy and salvation. I seek to reveal beau…
www.cravenallengallery.com
소설 속 등장인물과 추정되는 실제 모델
에드워드 드리필드 - 토머스 하디
앨로이 키어 - 휴 월폴 (처세술로 성공한 작가)
독후감
서머싯 몸은 로지라는 캐릭터를 무척 아꼈던 것 같다. 그가 보여주는 로지의 모습이 그 누구보다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매력적인 여인으로 비치니 말이다. 그녀가 아무 거리낌 없이 많은 남성들과 사랑을 나누고, 남을 기만하고 속였다 할지라도 왠지 그녀라면 용서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녀가 지닌 아름다움을 내가 모른 체한다면, 서머싯 몸은 나를 도덕적 허위에 둘러싸인 위선적인 사람이라 말할 것 같기 때문이다.
서머싯 몸은 왜 로지라는 캐릭터를 만들었을까?
그리스인 조르바나, 케이크와 맥주 속 로지와 같은 캐릭터를 통해 사회통념을 넘어 어디에도 귀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보는 것은 우리에게 묘한 쾌감을 준다.
그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해방감을 느끼게 되는 건, 우리가 이 사회의 통속적인 관념을 벗어나 인간이 지닌 원초적 욕망에 충실하게 살아가기 힘든 존재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기 때문에 자연과 같은 상태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인간 사회는 사회에서 통용될 만큼의 자유만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작가에게도 로지라는 캐릭터는 이 사회에 물들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인간 모습으로 순수함의 상징처럼 생각되지 않았을까 싶다.
케이크와 맥주 속 인물들을 살펴보면 로지의 남편이었던 드리필드는 작가로 성공하고자 후원자의 요구에 따라 사교활동을 한다.
드리필드의 두번째 아내는 남편에게 헌신하며 남편의 덕망에 힘입어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드높인다.
화자 어센든의 친구 로이는 작가로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자 드리필드의 전기를 대중의 입맛에 맞는 기성복처럼 만들어 버린다.
그들의 가치관은 사회에서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되지만 로지만큼은 자신의 욕망 그 자체에 충실하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범위 안의 욕망과 인간 본연의 욕망 이 둘 사이의 괴리감과 모순은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아 보인다.
100년도 못 살 세상에 지금이 행복하면 되는 것 아닌가
서머싯 몸은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라.'라는 죽음 이후가 아닌 현재를 중요 시 생각하는 니체의 철학을 로지의 세계관을 통해 보여준다. 그녀가 자신의 경험과 느낌, 생각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삶을 터득하고 이해해 나가는 과정을 보며, 인간은 다양한 가치관을 생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육체의 자유로움과 쾌락에 가치와 행복을 느끼고 그것이 하나의 세계관으로 자리 잡아 타인에게 말한다. 지금 행복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결코 인간의 정신이 육체보다 더 상위에 있지 않다고 서머싯 몸은 말하는거 같다. 정신과 육체 모두가 한 번뿐인 생을 살아갈 때 서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서머싯 몸은 로지와 어센든의 관계를 통해 말하는 것 같다.
P.276
영원불멸의 지성이 보기에는 하찮은 행성에 잠시 머물다 가는 처지에 온갖 고통에 시달리며 아등바등하는 인간이 그저 농담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맥주와 케이크의 시대적 배경으로는 19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에 힘입어 자본가 계급이 생겨나던 시기로 보인다. 블랙스터블 지역 안에서 자본가는 아직 기존 귀족 계급에게 있어서는 돈만 밝히는 경시의 대상으로 존재한다. 기존의 가치와 질서를 중요시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 돈으로 마을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자본가 조지 켐프와 변변치 않은 집안의 작가 에드워드 드리필드, 자유분방한 그의 아내 로지는 분명 탐탁지 않은 존재로 비칠 수밖에 없다. 어센든의 숙부와 숙모만 보더라도 그들이 신분제도 안에서 그동안 누려왔던 사회적 권리는 태생적으로 남들과 다르다는 오만함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P.308
성공한 작가가 반드시 위대한 작가는 아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무수한 작가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서머싯 몸에게 둘의 확연한 차이는 '지속성'에 있다. 그는 성공을 넘어 위대함으로 나아가려면 처세술만으로는 부족하며, 위대한 작가는 오랫동안 살아남는다고 보았다. 우선 동시대인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문예 사조와 시대를 뛰어넘어 생존해야만 위대한 작가가 될 조건을 갖추게 된다.
서머싯 몸은 케이크와 맥주로 대변되는 인간의 쾌락과 유희에 대한 내용을 그가 속한 문단의 내막을 통해 이야기 한다. 사회에서 성공한 작가, 위대한 작가는 어떤 작가인지 본인의 생각을 화자 어센든을 통해 들려준다.
성공한 작가는 작가와 비평가들, 유명인사의 인맥으로 구성되어 작품성과 크게 상관없이도 만들어 질 수 있고, 반대로 작품성 있는 작품을 하나 썼다해서 처세술과 성실함 없이는 작가의 천재성도 계속 보장되지 않는다 말한다.
그는 작가들이 천재성을 발현할 기회도 대중에게 읽혀야만 가능하고, 대중에게 읽히기 위해서는 단순한 처세술만이 아니라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작품을 계속하서 써야 한다고 보았다. 지속성이야 말로 위대한 작가가 되기 위한 단초라는 것이다.
그는 문학의 유행 사조에 편승하지 않고 시대의 변화와 대중의 변덕을 오래도록 견뎌야만 위대한 작가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말한다. 그리고 작가로서 사회적 명성을 쌓고 이어나가는 데는 분명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의 인맥과 물질적 풍요로움도 중요하지만, 물질적 만족의 대가가 작가에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도 드리필드를 통해 보여준다. 작가의 내부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닌 대중의 요구나, 후원자의 입김이 들어간 작품은 작가가 지닌 작품의 특별한 매력이 사라지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작가란 직업이 지닌 모든 불안요소에도 불구하고 작가란 글로 인간의 모든 감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자신의 직업에 애정을 표한다. 서머싯 몸이 말한 대로 동시대 대중으로부터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까지 그의 글을 읽히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 그는 우리에게 성공한 작가를 넘어 위대한 작가로 남은 것 같다.

- 저자
- 편집부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1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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