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를 위한
지브리 스토리텔링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향에 도달하는 일은 필연적인 실패를 전제로 한다. 이 얼마나 자유로운 말인가.
우리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될 수 없다. 우리는 그와 같은 세계관을 갖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그러나 그 실패의 과정이 바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 수 있는 과정이다.
지브리 스토리텔링의 저자 이누해님이 미국의 MC 코난 오브라이언의 2011년 다트머스 대학교 졸업식 축사 연설을 참조해 표현한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실패가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말은 역설적이게도 이 책을 읽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설명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카피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저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자신만의 풍부한 세계관을 만들고 세상에 따뜻한 이야기로 되돌려주는 창작자가 되고 싶은 마음일 뿐이다. 실패의 두려움을 잊고 도착지 없는 여행을 떠난다면 우리는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보물을 발견할 수 있을까. 나는 이와 같은 서두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마치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마음이 설레었다.
특히나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지브리 작품을 통해 스토리 창작법을 배울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게 있을까.
<벼랑위의 포뇨>, <붉은 돼지>, <하울의 움직인는 성>, <이웃집 토토로>,<천공의 성 라퓨타>,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등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놓치지 않고 관람했다. 내가 지금까지 유일하게 애니메이션을 보러 극장을 가는 건 픽사와 지브리 뿐이다.
지브리 스토리텔링 책의 주된 목적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스토리텔링 방법을 분석해 자신의 창작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책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들이 독창적이라 해도 그것이 새로운 창조에서 오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이는 기존의 것 위에 확장된 자신의 시각을 담아 재창조하는 과정이 창작자에게는 필수 과정 중 하나라는 뜻이다.
책에서는 스토리에서 중요한 인물과 사건, 구조와 세계관, 표현과 주제 등 10개의 챕터로 나눠 분석을 해놓았다.
그동안 다양한 스토리 작법서를 보았지만, 이 책은 그중에서도 직관성과 실용성을 두루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진 장점은 각 챕터마다 세부 정보에 대한 요약과 실전연습이 함께 있어 즉각적으로 자신의 스토리를 연습하고 대입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통해 스토리의 아이디어를 떠올려 보고, 주인공의 성격, 매력, 특징 등을 잡아 적어보는 연습은 창작자의 길에 한 발 다가서는 느낌을 갖게 한다.
2장 아이디어
P. 61
'상상'과 '발상'을 통해 스토리가 된다.
이 두 개념의 정의를 분명하게 짚고 가자. 상상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마음속으로 그려보는 행위다. 머릿속에 특정한 사물이나 상황을 떠올리거나, 실제로는 경험해보지 않은 일을 마음속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곧 상상이다.
2장 아이디어 부분에서는 기획과 이미지 보드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의 공정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도표로 시각적으로 전달해 주는 방식도 도움이 많이 됐다. 영감을 빠르게 캐치하기 위해 1. 빨리 그리고, 영감을 자유롭게 발산시키기 위해 2. 많이 그리고, 상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3. 반복해서 그리는 법은 그림을 그리는 내게 꼭 필요한 방식이기도 했다.
7장 지브리의 구조
스토리의 뼈대를 이루는 구조를 분석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7장에서는 스토리 구조를 이루는 3막 구조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지브리 스토리를 분석한다. 서구에서는 지브리가 서양과 다르게 동북아시아 특유의 기승전결 구조를 따른다고 주장한다고 하니 서양과 동양의 스토리 구조를 분석하는데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지브리 스토리텔링 책은 가장 중요한 스토리의 주제에 대한 설명까지 놓치지 않는다. 스토리의 가장 핵심인 '무엇을 이야기하는가'와 같은 주제의식을 스토리에 조화롭게 녹여 관객에게 드러내기란 쉽지 않다. 이 책에서는 세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직접 책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나는 그림을 기반으로 스토리를 창작하고 싶은 꿈이 있다. 나처럼 자신의 세계관을 그림으로든, 글이로든 창작으로 표현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적극 활용해 보길 권해드린다.
이 책을 보고 나도 그림이 들어가는 단편을 시도해볼 작정이다.

※ 도서는 동녘 출판사의 서평단을 통해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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